꼭 어려운 날들이 있다.
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고, 평소에는 일어나지도 않던 불운이 겹치는 것 같은 날.
나에게는 오늘이 그 날인가보다.
아침에 밥그릇을 깨질 않나
늦어진 출근길 아침에 우산을 들고 나오지 않아 다시 올라가고
눈 앞에서 지하철을 놓치고
출근하고 한 시간 넘게 엄마랑 지치는 통화를 하고
그게 하루종일 끊이질 않고...
엄마의 걱정이 무엇인지 알고
나 또한 그것이 얼마나 무서인 일인지도 잘 알고 있다.
그것은 한 가족을 풍비박산 내 버리는 가족의 돈문제..
가정은 작은 사회라고 했던가..
구성원 한 명으로 다수의 정상인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
나는 그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.
그것이 바로 나의 언니였고.
언니가 일으킨 파장이 얼마나 커져서 내게 덮쳐왔는지
언니에게 자극받은 엄마가 멀쩡한 나를 얼마나 괴롭게 만들고
피폐하게 만들었는지
그 폐허속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
정신적으로 나는 또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
거기다 지금은 노쇠한 엄마를 보살피기 위해 나는 또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..
요상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엄마 한 명도 나는 감당하기 버거운데
거기에 언니가 양념을 치고 새빨간 색깔까지 입혀 놓아서
그 새빨간 세상에서 살던 평범한 색깔의 나는 얼마나 힘들었으며
새빨간 세상을 이해하려했던 어린 나에서
새빨간 세상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의 나까지
그 시간동안 웬만한 사람은 경험하지 않았을 상황들을 나는 얼마나 많이 경험하고 견뎌왔는지..
지긋지긋하다...
라는 표현만큼 찰떡인 말을 찾을 수 없을 만큼
나는 정말 이 상황이 지긋지긋하다.
별로 악하게 살지도 않았고
별로 해를 끼치며 살지도 않은
나에게 누군가는 얼마나 많은 짐을 계속 지워주는지...
어린 시절은 엄마가 정말 무서웠고
청소년 시절도 정말 무서웠고
2-30대는 정말 싫었고
40대인 지금은 그냥 숙명이려니 하고 살지만...
오늘같은 날은 정말 '나 한테 왜 이런일이 자꾸 생기나...내가 그동안 좀 편했나보다...이제 좀 나를 괴롭힐때가 되어나보다...' 왜 나는 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처럼 흔히들하는 고민, 흔히들하는 문제들을 심각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일까..
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잘못이 큰 것일까..
정신병이 생길만큼 여러가지 생각이 너무 한꺼번에 솟아버리고
어떤 날은 정말. 너무 큰 여러가지 생각에 너무 지쳐버려 아무것도 있지 않을 때도 많다.
정신세계가 자꾸 무너져 내려가고
숨이 막혀온다..